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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폭적 화분 개편기 염천도 막바지인 8월 말의 어느 휴일날 아침, 기지제 형님을 방문했다. 마른 체구에 흰수염이 예사풍신이 아니다. 흰머리를 질끈 동여맸다. 도인같은 자태도 자태지만 형님의 자산이 이채롭다. 전주와 혁신도시 사이의 기지제야 익히 알고 있는데 형님의 분재원에서 조망하는 기지제야말로 절경이다. 호수너머 멀리 혁신도시의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펼쳐진다. 더 말해 무엇하랴...목하 아침풍경을 품고 있는 일대의 땅이 형님의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형님은 부동산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분재와 함께 기지제를 바라보며 안빈낙도중이다. 간이의자에 앉아 눈높이에 거치된 소나무분재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호수가를 따라 옹기종기 도열한 각종 분재들 너머로 광활한 기지제가 펼쳐진다. 호수 건너편 혁신도시 한가운데에는 목하 50층짜리 오..
인월면 지안재 한바리, 효성스즈끼 GSX250E 지난 여름 신묘한 끌림이 있었던 인월. 동쪽으로 몇 키로만 더 가면 함양군과 맞닿아 있어 경상도 말투도 제법 들리는 이 곳. 노인네들 말을 가만히 들으면 제주도같기도 하고, 강원도같기도 하고...전북이지만 인월면의 말투는 사뭇 다르다. 지형도 고원이라 하늘이 가까워서일까 창공이 유난히 투명하다. 부락마다 우뚝 솟은 소나무도 해와 달의 기운을 듬뿍 받아서인지 매 그루그루 풍기는 감흥이 당산나무급이다. 오늘은 일정이 빠듯해서 인월면 본정통을 세세히 살피진 못 했으나 곳곳에 청년들의 공간과 점포가 백혀있고 간판도 범상치 않다. 이들도 인월에서 풍기는 끌림을 감지했으리라. 아침 9:30 자치인재개발원 앞픠서 집결, 근 한시간동안 입도바이를 턴다. 사실 오도바이하면 입도바이가 반 아닌가 50여분을 달려 오수 대정..
얼큰이 그대, 은진이 미륵불 완연한 가을이다. 올해처럼 계절이 모세의 기적처럼 쩌억 갈라지는 해가 또 있었던가, 한 숨 자고 인났더니 백발이 성성히짓다는 신선은 아닐지라도, 감나무 묘목을 심구고 한숨 자고 인났더니 감이 주렁주렁 열려 있더라는 삼례오일장의 묘목할매는 아니더라도 신묘한 경험이고 세상은 충분히 경이롭다. 이아침 선선헌 바람이 이니 뜬금없이 얼큰이 은진이가 그리워진다. 관촉사 은진미륵. 그옛날 국사책에서 봤던 흑백 잔영의 은진이는 논바닥 한가운데 얼큰하게 세워진 보통사람 얼굴의 미륵불로 생각해왔고 친견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전 미륵불의 말마따나 공랭식엔진의 필링은 비가 올 듯 말 듯한 날씨에 극대화된다. 한바탕 비가 쏟아져도 이상하지 않을 일기에 흠뻑 젖어도 흥이 오를 날씨니 개의치 않고 1번국도 삼례에서 연무대를 지나 ..
새북아침 고부에서 줄포간 지방로 고부에서 줄포간 구 지방로. 1500년 전 가야에서 백제를 잇는 통교로의 마지막 구간이라 생각하니 혈관내 적혈구가 더욱 활발해진다. 새북아침 해를 등지고 멀리 바라보는 기상봉과 내변산 팔봉들, 뭉개뭉개 흰구름들, 극미량 갯내음이 함유된 고부천 물비린내, 이제 갓 패기 시작한 나락의 녹음, 이 모든 것들이 이른 아침 줄포들판의 정경. 특히 이구간에서 관망하는 멀리 변산팔봉이 그리는 선의 미는 애팔래치아 산맥의 그것처럼 태곳적 설렘이 가득하다. 고속으로 이 좋은 풍경을 후딱 지나칠쏘냐. 신흥부락쯤에서 구 시멘포장길로 빠져 나와 완속으로 부락을 관통하는 야트막한 언덕길을 오른다. 왼편엔 80년대풍의 신흥버스정류장, 오른편으론 적산가옥풍의 적벽돌이 스친다. 김제 -부안을 잇는 군포교 앞픠서 난산부락 경유중 *때..
다산동 부유 상해, 동경, 오사카, 파리, 런던, 로마 등 등... 내가 본 대도시는 모두 평지에 있어 대로건 골목이건 일직선형태가 많았다. 그나마 파리 몽마르뜨언덕이 야트막하게나마 솟아있어 멀리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정도. 그에 반해 500년 도읍지 서울은 산악을 뚫고 뚫어 방사형태로 확장된 도시다. 거리거리, 골목골목, 동네동네, 보이는 모든 것들이 세포마냥 꼬불꼬불 얽혀 있으니 미지의 골목너머, 언덕너머를 걷고픈 마음이 시시때때로 샘솟는 도시, 경이로운 도시다. 성북구 동아그린A에서 한남회교당쪽으로 남산산모퉁이길-다산로-을 느슨하게 달리던 중 남산자락의 다산동 골목입구에서부터 쩌어멀리 가파른 언덕길 끝까지 족히 40~50년간은 박제되어 보이는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수풀속에 숨어 있는 농게의 점박이마냥 오밀..
산내면 수침동 부락 한여름 오후 다삿시, 목하 해풍과 육풍이 교차헌다. 하늘이 청명하고 구름 또한 변화무쌍하니 급히 마음이 동한다. 하여 둘반을 끄시고 구절초 고개를 넘어 옥정호둘레를 돌아 수침동까지 쭈욱 내달린다. 오도바이는 부락입구에 세우고 갑옷도 벗어던진다. 부락을 관통하여 종석산 중턱까지 서서히 오른다. 가파른 세멘포장길 양옆으로 잡풀이 왕성허다. 부락 맨우그 라멘조 양옥 마당한켠에 단 한그루 심궈둔 복숭아나무가 분재마냥 생생하다. 16세 소녀의 볼처럼 발그레 살이 올랐다, 주인집 할머니는 처마 밑 나무의자에 앉아 멀리 옥정호를 내려다본다. 수정같은 하늘에 남색 쪽구름이 갈짓자로 춤을 춘다. 경쾌한 리듬은 데깔꼬마니마냥 옥정호수면에까지 이어진다. 마당을 지나치려는찰나 원래 잿빛인지 아니면 흙장난으로 때를 탄 건지, ..
15년 된 치자분재 들이다 연일 사바나성 날씨의 연속이다. 오후 네시 삼례오도바이 샷슈문밧긔 보도는 그야말로 워터월드다. 맹렬하게 퍼붓는가 싶더니 이내 짧게나마 구름사이로 해가 방싯거린다. “아따 냐앙 먼놈의 날씨가 이런대요, 이런 날씨를 보다니 저도 연식이 되어가는건지, 아니면 세상이 변해가는건지...” 센터와 이웃한 국제인력사무소는 다들 현장에 나가서인지 무인매대를 보는 듯 괴괴하다. “비가 와도 일은 있은게, 머 하우스도 있고, 선별장도 있고 헌게.” “인부들 하루 일당은 보통 12만원이여, 거기서 한 10% 띠고 또 기사 교통비로 한 5천원씩 띤게 실제 갖고 가는 돈은 대략 한 10만원 되아.” “열심히 허는 놈은 열심히 허고, 또 일머리가 없는 놈들도 있긴 혀.”“일 못허먼 그짝이서 연락와, 그 사람 보내지 말라고...”..
인월면 출행기, 그리고 최고의 쥬라이빙 이모션 중학생시절 지리시간에나 배웠던 전형적인 사바나날씨다. 전주에서 모래재 넘어, 진안, 장수, 번암, 사치부락을 거쳐 인월까지 달리는 두어시간동안 쏟아지는 비와 쨍한 해를 대여섯번은 교차했을 터. 특히 천천면에서 장수로 가는 길, 그리고 돌아오는 길 산서면에서 관촌으로 가는 구간에서 펼쳐지는 해와 먹구름, 음양이 맹글어내는 조화는 선계라고나 할까, 내가 달리는 도로는 해가 쨍헌데 먼산 정상에 걸터앉은 먹구름은 한층 징명하다. 가히 2002년 안휘성 황산에서 본 진경산수화이후 기억에 추가될 선경이다. 간만에 들른 남원 인월면은 마음속 해방구의 전형이다. 분명 전북인데도 억양은 전북이 아니다. 어떻게 들으면 제주도같기도 하고 또 강원도 억양같기도 하다. 경남과 접경지대다 보니 경상도사투리도 예사로 들린다. 찬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