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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는 일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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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동호회 공연 관람 지인의 초청으로 홈플러스 전주점 야외쉼터에서 열린 작은 음악회를 관람했다. 공연팀은 초등학생부터 중년을 아우루는 폭넓은 가창가들로 구성되었다. 한 곡 한 곡 서정적인 가사와 잔잔한 선율 위주의 노래로 기교없이 담백하고 정성을 다해 불러줬다. 전자올겐 신써사이즈에서는 그 시절 건빵 속 별사탕마냥 톡톡 청량감을, 전자기타의 탱탱한 금속줄에서는 호텔캘리포니아 인트로 버금가는 강렬함을 맛 보았다. 특히 드럼을 치며 동시에 노래를 부르는 중년가창가가 인상적이었다. 전업가수도 힘든 일인데 생업을 병행하는 생활문화 가수가 라이브로, 그것도 보통이 아닌 정상급 라이브로 음색 또한 정공이 자유전자를 끌어들이듯, 상당히 흡인력이 있었다. 1시간 20분 가량 진행되었고 20여명의 관객 대부분은 가족 혹은 지인들로 보였다. ..
상월휴게소 단상 제부도 카페안다미를 경유하여 국도로 내려오는 길, 한끄니차 상월휴게소에 들른다. 식당에서 카페로 연결되는 유리문이 폐쇄되었다. “식당주인이 바뀌면서 폐쇄했어요.” 나름 저간의 사정이 있겠지만 먼가 좀 갑갑해 보인다. 편의점을 겸한 카페도 내부가 바뀌었는데 매대를 확장하고 대신 안락의자와 테이블세트는 없애버렸다. 크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은 건물밖 테라스인데 좀 옹색하고 편안허게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앉아서 창밖 볕을 좀 쬘까해서 들렀건만 내심 아쉽다. 휴게소에서 12년째 기거 중인 냥이는 오늘 보니 털이 상당히 푸석푸석허니 집냥이라고 볼 수 없는 몰골이었다. “늙어서 그래요. 휴게소 지을 때부터 함께 했으니...” 그러고 보니 눈꼽에 콧물에 침까지 범벅이고 활기가 떨어졌다. ‘그렇지 너를 ..
치질수술 이 놈의 치질이 얼추 15년은 된 것 같다 눌 때 한번썩 피가 섞여 나오길래 첨엔 치질인줄도 모르고 먼 중병은 아닌지 속앓이도 했다 종이로 닦을 때마다 어찌나 씨애리던지 아프지도 않고 마무리도 깔끔했으니 언제부턴가 걍 손꼬락으로 히서 물로 씻어냈지 집에서야 상관없지만 밧긔서 쌀 때는 항시 생수병이 필수가 되아버렸다 그러나 차츰 증상이 심해지더니 한 10여년 전부터는 일상 생활 중에도 부지불식간에 탈항이 되는게 아닌가, 심지어 출혈로 바지 뒷꽁무니가 삘겋게 적셔지기까지... 몇 년전부터는 상시 탈항이 되는 지경에까지 왔고 그 때마다 바지에 먼지 털 듯 손꼬락으로 툭툭 밀어늫고, 아다리가 안 맞을 때는 아예 넘 없는 구석으로 가서 깊숙이 밀어늫면서 살아왔다. 사실상 수술은 진작 했으얀디 꺽정스럽기도 하고 또..
그 시절 자동차광 작은아버지 단상 차를 너무 잘 아시고 좋아라 하시는 울 작은아버지. 1980년대 극초반 당신은 진녹색 새한 로얄살롱을 끄실 정도로 성공한 실업인이었다. 세상에 당시 로얄살롱이라니, 차값은 차치하고서라도 자동차세만 해도 엥간한 서민은 꿈도 꿀 수 없는 로얄살롱 아닌가. 지금이야 대수롭지 않은 돈이지만 당시 로얄살롱의 연간 자동차세 60만원은 초급노동자의 연봉에 가까운 엄청난 돈이다. 이렇게 환산해 본다. 1981년 한그릇에 200원였던 베테랑 칼국수가 지금 현재 8,000원이다. 40배가 오른 셈이다. 그니까 당시 로얄살롱의 자동차세는 지금 기준으로 치면 연간 2400만원였던 셈. 어마무시허다. 그것도 검은색 세단도 아니고 진녹색였다. 지금으로 치면 와인빛 포르쉐 파나메라 이상의 아우라였을 터. 1982년 어느 봄날 로얄..
박제된 생활사박물관 용지면 샬롬미용실 김제시 용지면 금백로 도로변 키 낮은 샬롬미용실의 드르륵 샷슈문을 여니 시골집 거실같은 정경이다 두툼한 원목테이블에 소박하고 자유로운 각종 미용집기류 등속 강같은 평화가 넘쳐흐른다 이 곳에서 30년이 넘었고 용지교회에 다니신다 한다 큰 간판이 걸린것도 아니요 썬팅유리에 레떼르가 선명한 것도 아니다 창밧긔 늦은 해가 용지들판 너머로 떨어졌다 부재중에는 01097995662로 연락하라는 골판지 매직글씨가 한층 칠흑이다 #샬롬미용실#용지교회#대우티코#티코#대우자동차#올드카#DAEWOOMOTORS#DAEWOOTICO#endlesstico
15년지기와 명동소바에서 콩국수로 한끄니 작년 7월엔 베테랑칼국수에 이디야크피로, 오늘은 명동소바에 이디야크피로 한담을 나눴다. 두니서 점심은 13개월만이다. 벌써 15년. 20대 중반의 여대생 같았던 그녀는 어느새 마흔을 넘겼으되 내게는 여전히 30대 초중반이다. “애기들 겁나게 컷긋어.” “네, 막둥이는 초3이고 큰애는 저번 6월에 입대했어요.” “앗따 그려? 인자 어머님이시눼. 옛날 우정의무대 바바바. 어머님들이 다 한복 입고 나와서 아들아~ 그릿잖어” “크크 그러고보니 그러네요.” “요즘은 정말 일에 치여서 하루하루가 힘들고 해결이 안 나는 일투성이에요” “그러긴 혀. 조직생활이 다 글지 머. 그리도 어띃게 혀? 버텨내야지. 시간이 지나고 나먼 어찌되앗든 다 지나간 일들이 되잖여. 우려했던 꺽정들은 다 아이스크림 녹듯기 하나도 생각도 안..
청파동 조우 목하 염천을 앞둔 6월 말. 간만에 서울에 간다 이리역에서 서울역까지 1시간 10분 세상 참 좋아졌그만 이 정도면 전주도 수도권이지 대우빌딩쪽이 아닌 서부교차로쪽으로 빠져나와 잠시 구름다리에서 청파동 일대를 조망헌다 이곳이 서울인가 싶을정도로 언덕마을이 고즈넉허다 마침 비가 오락가락헌지라 땡볕도 없고 바람이 적당허다 1975년각 각하의 대형 돌비석을 뒤로 하고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왠 여성이 나를 보면 손짓헌다 “성범쌤~“ 머여? 이름을 부르는걸 보니 도를 아십니까는 아니고, 주먹만한 얼골에 대형 마스크로 차폐를 한 채 다가오니 1~2초간 버퍼링이 발생헌다 “저에요, 저” “엇따 니앙 뉘셔? 미*쌤 아니셔? 멫년만여, 한 5년만인가~ 근디 어띃게 여기서 미*쌤을~ 어디 가셔?” “저는 용산에 가려고 지하철..
티코타고 티코펜화 귀경 수요일 아침, 전주를 가장 전주답게 묘사해주는 박성민 작가의 펜화가 효자동 탑마트 맞은편 골목에 크피샵 비화실에서 전시중이기 카미틱을 끄시고 방문했다 크피샵 이름이 秘畵室이다 누가 지었을까, 정체불명의 외래어가 판을 치는 요즘에 예술적이고 정갈하며 기발한 작명이다 秘書室의 의미에 대해서도 되새겨본다 비밀리에 문서를 작성하는 곳이 비서실이니 역시 비밀리에 그림 그리는 곳이 비화실인가? 통행이 많지 않은 이면도로 골목에, 그것도 빌라를 개조한 곳이라 아는 사람만 찾을 곳이다 도기컵에 사약한잔 들고 공간을 톺아본다 마당에는 작지만 아담한 대숲이, 출입문 옆에는 고양이 밥통과 캣타워가, 허공에는 미색 차양이 제각각 웅숭거린다 다소 차가운 날인데도 사면이 차폐된채 상서로운 오전의 볕까지 내려쬐니 아늑하고 신비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