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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카멜, 달밤에 소금을 진 낙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인별그램에서 우연히 접한 스튜디오 카멜의 증명사진 한 장, 미남미녀도, 그 흔한 연예인도 아닌, 평범한 젊은이들의 풋풋함, 20년 전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한 5~6년 전이지, 추문이 터지기 전이었으니까, 한동안 고은시인의 만인보에 푹 빠졌었다.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본 것만 같은, 볼 것만 같은 무수히 많은 부락민들의 삶의 궤적들. 생각해 보니 만인보의 메타버스판이 카멜의 증명사진들이 아닐까... “어떻게 좀 살짝 웃는 모습으로 찍어드릴까요?” “좋죠, 근디 잘 될란가 모르긋어요, 일단 한 번 찍어보셔요~.” “자 웃어보시구요, 자 어깨어깨 이쪽으로, 머리 사알짝 우측으로, 고개 약간 올리시고.” 표정교정은 물론 척추교정까지 병행해 준다. “앗따 어렵그만요. 평소 많이 찍혀봐야는디. 어디 연기학원이..
저배기량 염천바리 9시 반 SL100을 끄시고 나와 시동을 살린다. 일발이다. 오늘은 개부운 오도바이니만큼 아라이 클래식에, 청바지, 아식스티를 걸친다. 갑옷과 풀페를 던져버리니 그야말로 시원하고 새롭다. 그려 오도바이는 이맛이여. 금백로로 해서 춘포로 달리는 길도 경쾌허다. 10시 정각 춘포역사앞 노조미의 APE100, 이든의 LML125가 먼저 와 있다. ”엇따 냐앙 마후라소리가 뒥음이그만요.“ ”긍궤요이 최고의 타악이그만요, 여기 여기 마후라 빵꾸난디 보셔요, 여기서 빵빵 터진단게요.“ ”민감한 곳이그만요~“ 잠시 후 명성이의 베스파300도 합류하여 일행은 춘포역사 안팎을 찬찬히 둘러보고 역사앞 쉼터에 걸터앉아 다양한 주제로 입도바이를 개시헌다. ”요즘 또 가야금이 뜨고 있잖어요, 집이까지 배송된다는그만요.“ ”앗따..
부락의 추억, 부안읍내 극장들 80년대 전반기까지 부안읍내 극장으로 동양극장과 제일극장이 떠 오른다. 요즘 극장은 산뜻하고 말랑말랑한 곳이지만 그땐 여느 시골극장 그대로 빛바랜 미색외벽에 도끼다시바닥, 붉은색 레자를 덧댄 철재의자가 기본구성이었다. 세로자막의 생경함이란, 어린 국민학생이 읽기에는 상당히 벅찼고 아련한 총천연색 배색 때문에 가독성도 좋지 않았다. 변소보다야 낫겠지만, DDT농약내가 가미된 지린내와 담배쩐내도 빼 놓을 수 없는 단상이었다. 부안에서는 신문물을 최전선에서 받아들였던 곳이어서근가 그후 두곳에 들어선 건물도 이름 하나는 최신식이다. 제일극장 자리에는 캐슬온리뷰오피스텔이, 동양극장 자리에는 동양프레리아파트가 웅숭거리고 있다. 캐슬온리뷰는 군청건너 부안성곽을, 프레리는 행안들녁을 품었다는 뜻일까, 현묘한 조합이 아..
거실에 커피방앗간 깊숙히 쇼파에 앉아 크피와 함께 신문을 읽거나 레코오-드판을 듣는 것은 문화인의 표상일 터 그 순간만큼은 번잡계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 요즘 베란다 화분과 창밖녹음이 절정이다 카레클린트에 앉아 살랑거리는 창밖 나뭇가지에 청량감이 절로 일고. 창을 열어 손닿는 곳에 무명씨나무 두어그루가 4계절을 공감하고 있으니 공간이 제공하는 삶의질이 최상급이지 않을까 슈베르트LP판을 곁들이면 현악 마디마디에 나뭇가지도 조응하는 듯 거실가득 공감각적 향연이 한층 일품이다 행복은 바로 지금 여기에 있구나 매순간순간 삶이 경이로울 수 밖에 없구나 칼리타 크으-피 방앗간 쇠의 물성이 증기기관차의 그것이다 씬스 1616년, 아리따 재팬 한봉지는 코스타리카 따라쥬, 또 한봉지는 아바야게이샤 크피방앗간 풀셑트 니코친 냄시가 찐한 코..
너니 서도역, 지안재 한바리 간만의 떼빙이다. 오전 10시 이서 자치인재개발원에서 노조미, 이든, 나 서니 1차 조인허고 이어 10시 반 서학동 교대앞에서 명성이까지 합류허니 딱 너니다. 한바리에서 너니부터는 제법 떼빙꼴이 난다. 노조미의 T120, 이든의 하리 스포스타, 명성이의 베스파300, 나의 효성스즈끼 둘반. 오도바이 풍신으로는 정체성 불명의 섞어찌개지만 롸이더 너니는 DKNY계열(독거노인)이니 이 아니 즐거울쏘냐, 입담들이 걸죽허다. “앗따 노조미님 카메라봉이 겁나게 격앙되아 있그만요, 하여튼 냐앙 이거 세우는디 겁나 번거로울틴디 정성이셔.” “네, 기록차원에서요, 열심히 찍고 있그만요, 근디 남자들은 이거 오도바이 백날 찍으봤자 조회수는 나오도 안혀요, 여라 갸들은 냐앙 희소성이 있은게 올리기만 히도 벌떼같이 몰려들잖어..
구림면 금평부락 부유 슈미인가? 의무인가? 연중 어느 달보다 내가 살아있음을 가장 실감케 해 주는 5월, 더할 데 없이 신록이 살아있는 5월. 어제는 대외활동에 오늘은 대내활동이다. 미룬 경향에, 녹평에, 중국드라마 ‘아직30’에, 코스타리카 따라쥬에, 수제삐루까지 톱니처럼 이어진다. 이좋은 날에 그 좋은 오도바이도 잠시 짬을 내야하니. 오늘은 팔백이다. 간만에 마른걸레로 닦아볼까나. 2014년이니 박스까서 어느새 7년. 그새 부분부분 백화에, 여기저기 녹도 보이지만 빵부스러기처럼 철을 갉아먹는 녹은 아니다. 중공업의 대명사, 가와사키 아닌가, 바위에 이끼처럼, 놋쇠에 굉이처럼, 금속을 더욱 금속답게 해 주는 세월의 더께. 팔백이의 매력이다. 휴일에 이렇게 투명한 햇살이라니. 탱크에 쪽빛광이 더욱 탐스럽다. 간만에 구림면 금..
인자 기변은 스돕허셔요 나는 둘반을, 노조미는 얼마전 기변한 T120을 끄시고 세창이다리에서 쪼인헌다. 블로그로, 톡으로, 페북으로 느을 소통허건만 노조미와 한바리는 작년 가을 이후 건 반년만이다. 오늘은 검은 자켓에 검은 청바지, 밤색 부츠다. 기변은 물론 홧숀에서도 전주의 자미니를 압도허는 군산의 패셔니브로답다. 하이바에 그로부도 트라이엄프제다. “앗따 냐앙 아직까지는 올 순정으로 보이는디요.” “네 이번이는 그대로 타야것어요, 본게 반스마후라도 겁나게 비싸갖고요, 순정그대로 타도 잔잔허니 고동감이 살아있으서 탈만혀요.” “타본게 하리하고는 완전 달르드만요, 3단으로 백키로까지 땡겨버린게요, 첨엔 적응이 안 되갖고 좀 무습드만요, 하리 작것은 1800씨씨나 되는디 둔탁힛어요, 인자 하리쪽으로는 안 탈라고요.” “어너니 오도..
판떼기 붙이는 이리 큰형님 번듯한 본업과 대형간판이 있는 이리 큰형님. 오늘은 형님의 요청으로 SL100을 끄시고 공작소를 방문헌다. 역시 독거노인(DKNY)계열인 형님을 위하야 특제 추어탕 1봉지와 곰국 1봉지를 사무실 싱크대에 내려놓고 인사를 건넨다. 형님은 오늘도 변함없이 대형 자동차공작소 한켠에서 다량의 썩차를 어루만지며 판떼기에 후끼칠을 허고 있거나 보도에 광을 내고 있다. “앗따 형님 이건 먼가요, 광이 엄청난디요이.” “너 오도바이 타는거 맞냐, 이거 에야크리나통이잖여.” “ 아 글그만요, 아니 근디 공구통허고 비슷허게도 생깃그만요.” “긍게이, 동상 일로 와바바, 특별히 귀경시키줄게, 여그는 사진찍으먼 안되아이~.” 형님은 도색부스 안쪽에 녹슨 자물쇠로 굳게 잠겨진 콘테이너박스로 안내헌다. 그곳에는1960년대식 CB..